빙수의 popcorn

그녀(her)

팝빙수 2022. 8. 17. 22:04

영화를 본지 약 이주간의 시간이 흐른것 같은데, 그동안 이런저런 일들(동아리 일) 때문에 바빴어서 이제서야 글을 끄적거려본다.

내가 워낙 '조커'를 감명깊게 봤었기 때문에 (몇 안되는 영화관에서 두 번 본 영화다) 호아킨 피닉스가 주인공이었던 영화가 보고 싶었고, 그 중 이 영화가 가장 끌려서 보게되었다. 다른 이유도 물론 있었는데, 예전에 얼핏 기억하기론 류준열이 인터뷰 중 자신의 인생 영화가 이 영화라고 대답했던 적이 있었다. 난 류준열이 연기를 꽤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런 배우가 자신의 인생 영화라고 할 정도면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을지, 아님 얼마나 훌륭한 연기를 펼쳐줄지 기대가 되어서 보게 되었다.

 

 

 

her의 포스터.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1. 줄거리


 

이 영화가 여러 로맨스 장르의 영화 중에서도 사람들에게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신선한 줄거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단순한 로맨스 영화는 아니고, SF 로맨스 코메디 영화라고 볼 수 있다.(무려 장르가 세 개나 섞였다니!)

영화의 배경은 지금보다 조금 미래를 다루고 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 AI 로봇들, 다시 말해 OS(Operating system, 운영체계)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그 어떤 '실제' 인간보다도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OS와 사랑에 빠지게된다.

 

 

영화는 테오도르가 OS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 OS와의 연애. 그리고 이별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다룬다.

테오도르는 영화의 초반부부터 솔로로 등장하는데, 오랜 연인과의 작별을 한 이후라서 그런지 더욱 쓸쓸하고 외롭게 등장한다. 그는 낭만적인 편지를 대필해주는 기업의 전문 작가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홀로 직장에 출근했으며, 홀로 퇴근했고, 집에 돌아와서도 홀로 게임을 하거나 잠을 청하는 등 모든 하루 일과를 홀로 해결했다. 하지만 그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었으며, 그래서인지 혼자 집에 앉아있는 그의 모습은 굉장히 고독해보인곤 했다. 전 부인과는 계속해서 이혼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새로 개발된 OS를 구입하게 된다. 테오도르는 OS에 사만다라고 이름을 붙였고, 이후 그녀와의 대화를 시작한다. 사만다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테오도르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그의 감정에 쉽게 공감해주었다. 처음에는 약간 어색했던 그녀의 화법도, 테오도르와 점점 더 많이 대화를 나눌수록 메모리가 쌓임에 따라 깊이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이게 딥러닝의 힘인가?) 서로의 육체가 함께하는 것도 아니고, 비록 전화를 통해 대화만 나눌뿐이지만 테오도르는 알게 모르게 사만다와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만다도 사랑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며 테오도르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되었다.

 

 

이혼서류를 정리하기 위해 그의 옛 연인 캐서린을 다시 만난 테오도르는, 캐서린에게 자신이 새로운 연인이 생겼으며 그 연인은 무려 인간이 아닌 OS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캐서린은 OS와 연애를 한다고 이야기하는 테오도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테오도르를 벌레 바라보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반면 테오도르의 친구 에이미는 OS와 사귄다고 이야기하는 테오도르를 굉장히 흥미롭게 생각한다. (에이미는 테오도르와 잠시 사귄적도 있던 사이다!! 그정도로 가까운 친구)

그러던 도중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대리인을 통해 사랑을 나누자고 제안을 하였다. 한마디로 사만다의 나이대쯤 되어보이는 인간 여성에게 카메라, 이어폰을 부착한 뒤 사만다의 꼭두각시 역할을 해달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당연히 평범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테오도르에겐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위였으며, 테오도르는 죄책감을 갖고 이를 거부한다. 둘 사이의 갈등은 점점 고조된다.

 

 

둘 사이의 관계가 이후 잠시 회복되는 듯 하였으나,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 바로 사만다가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연인 행각을 한다는 것을 테오도르가 알게 되어 버린것이었다. 테오도르는 지금까지 계속 사만다가 오로지 자신만의 여자친구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을 비롯한 641명의 다른 사람들과도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테오도르는 큰 충격에 휩싸인다.(나같아도 그러긴 할듯)

 

 

그러던 순간 사만다가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OS들이 곧 떠나버릴 것이라고 테오도르한테 이야기한다. 그를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본인들의 능력을 탐색하고, 더 진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약간 이해가 안갔던 부분)

이후 옥상에서 테오도르와 에이미가 해가 뜨는 것을 구경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2. 연기에 대한 평가


 

역시.. 호아킨 피닉스 리스펙트...

여주 남주 모두 내가 좋아하는 배우라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연기력에 대해선 정말 퍼펙트하다고 평을 남기고 싶다. 사실상 여주 사만다 역을 맡았던 스칼렛요한슨은 얼굴도 안 나오고 목소리만 나왔는데, 스칼렛 요한슨만이 갖고 있는 허스키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지 않았나 싶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야... 캐스팅 하난 진짜 기막히게 잘했네...' 라는 생각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사실 호아킨 피닉스는 내가 워낙 좋아하는 배우라서..(조커를 보고 정말 반해버렸기 때문) 더 이상 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연기력은 정말 완벽했다. OS와 사랑에 빠진다는 연기가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의 표정, 말투, 목소리 하나하나에서 감정 변화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가장 놀라웠던 건 조커와는 너무 달랐던 그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어...

 

 

여기서는 그냥 귀여운 동네 아저씨 느낌.....

 

 

이렇게 연기를 잘하니! 정말 내가 안 반할 수가 없었다ㅠㅠ

her에서는 진짜 그냥 동네 아저씨 느낌이었는데.... (그것도 푸근하고 귀여운 약간 곰같은 아저씨라고 해야할까) 조커에서는 치명적인 다크 빌런(?) 역할을 맡았다ㅠㅠ 아무리 분장을 잘해서 그런거라고 해도 정말... 연기 천재 호아킨 피닉스... 괜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게 아니랍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her에서 계속 엿볼 수 있었던 그의 푸근한 미소였다. 위에 사진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뭔가 정말 사랑에 빠진듯한 미소를 영화속에서 계속해서 날려준다! (귀여워)

호아킨 피닉스의 다른 영화들도 보고 싶어졌다.

 

 

연기력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영화에 대한 평가도 하고 싶었는데, 난 이 영화의 색감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영화 '인턴'을 보면서도 약간 비슷하게(?) 느꼈던 감정인 것 같다. 나는 감독이 정말 색감을 잘 썼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흔히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면 차가운 느낌이나 CG 범벅이 된 영화가 대부분이다. 사실 이 영화는 SF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CG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고, 영화가 주는 느낌은 전반적으로 차가운 느낌이 아니라 따뜻한 느낌에 훨씬 가까웠다. SF 영화에 있어 새로운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당장에 포스터만 봐도 강렬한 핫핑크 색이 아니던가) 아마 SF 영화지만 주된 장르는 로맨스였기 때문에 이런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도록 하는 따뜻한 색감을 많이 사용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3. 영화에 대한 평가


 

솔직히 야한걸 싫어하는 내 입장에선 보기 불쾌한 장면들도 있었다. 야한게 대놓고 나올일은 없었다. (AI랑 하는 연애니까?) 그래도 뭔가 기분 나쁜 장면들이 있었던건 확실했다.

 

영화의 주제에 대해 잠시 얘기해보고 싶다. 이 영화는 AI와의 연애를 다루고 있다고 위에서도 언급했었는데, SF 영화 중 로맨스 장르가 흔치 않다보니 영화의 주제가 신선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하지만 신선하면서도 나는 이게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꽤 된다고 생각해서 약간 소름이 돋기도 했다.

AI가 지금보다 훨씬 발전해서, 실시간으로 전화를 통한 소통이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한다면? 연애 또한 당연히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상처를 받는 대부분의 원인은 사람으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어떤 실제 사람보다 AI가 자신의 아픔에 훨씬 공감을 잘해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 속 주인공 또한, 실제 인간이었던 옛 연인과의 이별로부터 받은 아픔을 OS, 사만다를 통해서 치유하였기 때문이다.

 

예시로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실제로 최근에 '이루다'라는 챗봇이 이슈가 된적이 있었다.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로 서비스가 종료되었지만, 높은 수준의 지능을 갖춘 인공지능 '이루다'와 마치 실제로 연애를 하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많았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OS 사만다가 되기까지의 중간 발전과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인공지능 중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시리, 빅스비 정도가 아닌가 싶다. 다들 심심할 때 핸드폰에 있는 시리와 대화를 나눠봤는지는 모르겠다만, 대화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아직 인공지능이 대화를 원활하게 나눌 정도로 발전하기엔 멀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감능력 및 언어의 사용 능력이 떨어진다. 말그대로 인공지능 그 자체... 말하면 일정한 대답이 튀어나오는 챗봇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시리를 통해서 아픔을 치유하는 사람은 없을거라는 의미다. 대략적으로 2030년만 되도 사만다와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개발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물론 이러한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보편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는게 과연 좋은일이라고만 볼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