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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Pan's Labyrinth) : 스페인 내전에 판타지를 더하다 (스포 O)

팝빙수 2025. 1. 16. 01:18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2006년에 개봉한 기예므로 델 토로 감독의 판타지 영화이다. 19년 전 영화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 라인과 연출력이 탄탄하며, CG가 대다수를 이루는 요즘 판타지 영화들과 비교해봤을 때 더욱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영화이다. 

 

영어 제목은 'Pan's Labyrinth'로, 실질적으로 직역하면 '판의 미궁'에 더 가깝다.

 

일단 내가 판의 미로를 보게 된 계기는...

워낙에 페일 맨이 유명하기도 하고(아래 사진 참고),

 

어릴 때 봤을 땐 오히려 무섭다고 생각을 못했었는데, 다시 보니 공포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이동진 평론가가 별 다섯개를 준 영화이다!

 

 

난 영화 볼 때 다른 사람들의 평점을 중시해서 보는 편인데, 로튼토마토 점수도 신선도 95%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95%면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이다

 

현재까지도 델 토로 감독의 대표작이자, 엄청난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판의 미로가 이렇게까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지금부터 분석해보자.

 

 

 

1. 판의 미로 줄거리


본격적으로 판의 미로에 대헤 파헤치기 전, 앞 부분 줄거리를 훑어보고 넘어가자.

 

 

1944년, 스페인 내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숲으로 숨어들어간 시민군은 파시스트 정권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 이러한 시민군에 대항하여 싸우기 위해 정부군은 곳곳에 배치되었다.

 

주인공 오필리아는 어릴적 재봉사였던 아버지를 여의고, 정부군 대위 '비달'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정부군의 숲속 기지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오필리아는 요정, 마법사,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 어린 아이로, 영화의 시작 장면부터 지하 세계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동화책을 읽고 있다. (사실 이 동화책은 추후 설명할 판과 지하세계에 관한 책으로, 알고보니 지하세계의 공주였던 오필리아의 운명이 암시된 책이었다.)

 

주인공 오필리아. 스페인 배우 '이바나 바케로'가 연기하였다.

 

어머니는 비달 대위의 아이를 임신한 만삭의 몸으로, 무리해서 장거리 여행을 한 탓에 영화의 초반부부터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만삭의 어머니와 오필리아를 대하는 비달 대위의 반응은 첫만남부터 싸늘하기만 하다.

 

비달 대위와 어머니의 첫만남. 어머니한텐 무신경하며 오로지 뱃속의 아이에만 관심을 갖는다.

 

한편, 오필리아는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던 중 돌기둥을 발견하게 되고, 근처에 돌기둥의 구멍과 맞는 눈 조각이 있는것을 발견하고 끼워넣는다. 이후 마치 자벌레(?)를 닮은 요정...이 나타나 오필리아 주위를 맴돈다.

 

차에서 내린 오필리아를 반갑게 맞이하며 도움을 주는 인물은 '메르세데스'로, 정부군의 잡일을 도우며 숙소의 전반적인 식량, 자원, 청소 등을 관리하고 있다.

 

판의 미로의 또 다른 주요 인물, 메르세데스.

 

 

이후 연이어 비달 대위의 잔혹성을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 나온다. 정부군 거처 주변에 행동거지가 수상해 보이는 아들과 아빠(노인)이 지나갔고, 그들을 수색하던 도중에 '신도 국가도 없다'라는 무정부주의자들의 선전 문구가 나왔다. 이로 인해 노인과 아들은 반란군이라 의심받게 되었고, 비달대위는 그들을 와인병으로 얼굴이 다 뭉개질 정도로 내려치고 죽여버린다... 노인과 아들은 자신들이 토끼 사냥 중이었다고 끝까지 주장했고, 실제로 살해 후 가방에서 토끼 고기가 나오자(노인과 아들은 반군이 아니었을수도 있다) 비달 대위는 토끼를 메르세데스에게 던져 주며 오늘 저녁 요리에 사용하라고 말한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어 보이는 비달 대위의 표정을 보면 그의 잔인하고 냉혹한 성격과 더불어 그가 무시무시한 파시스트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갑자기 인간 요정의 형태로 변신하는데, 팅커벨 느낌은 아니고... 좀 기괴하게 생겼다

 

 

한편,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정부군 숙소에서의 첫날 밤, 오필리아의 침대에 영화 초반에 등장한 자벌레가 나타난다. 자벌레는 요정으로 변하더니 오필리아를 산과 숲의 요정 '판'에게 데려간다. (요정치고 아주 못생겼다)

 

이게 어떻게 요정이지

 

 

판은 오필리아가 지하 왕국의 공주고,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세가지 임무를 끝내면 지하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해준다. 그 증거로 어깨 위에 표식이 있으니 확인해보라고 말하며(초승달 모양의 표식), 임무 해결을 위한 방법이 적힌 '책'을 건네 준다. 그리고 꼭 '혼자 있을 때'만 책을 보라고 말한다.

 

엄마와 메르세데스의 눈을 피해 혼자 있을 때에만 책을 펼쳐 본다.

 

 

오필리아가 전달받은 첫 번째 미션은 괴물 두꺼비에게 마법의 돌을 먹이고, 뱃속에 있는 열쇠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첫 번째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오필리아는 두꺼비를 죽이고 열쇠를 가져온다. 이 과정에서 엄마가 만들어준 예쁜 드레스가 모두 망가져 엄마가 매우 속상해한다. 그리고 양아빠(비달 대위)를 비롯한 고위 관리들이 모인 만찬에 참여하지 못해 더욱 눈밖에 나게 된다.

 

이렇게 진흙탕 속에 들어갔으니 옷이 안 망가지는게 이상하다.

 

 

한편, 엄마의 건강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보자 판은 오필리아를 위해 '만드레이크의 뿌리'를 주며 이것을 우유에 담가 엄마의 침대 아래 두고 매일 피를 두 방울씩 떨어뜨리라고 한다. 놀랍게도 뿌리를 침대 아래 두자마자 엄마의 건강 상태가 회복된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그 만드레이크 맞다..!! 사람처럼 생겨서 아기 울음소리를 낸다.

 

 

오필리아는 이어서 두 번째 미션을 수행하러 가는데, 이때 나오는게 그 유명한 '페일 맨'이다.

 

첫 번째 미션에서 얻은 열쇠는 페일 맨의 아지트(?)에서 가져와야할 '검'이 담긴 서랍의 자물쇠를 열기 위한 열쇠였다. 이때 판은 아지트에 있는 음식에 절대절대절대!!! 음식에 손을 대지 말라고,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신신당부하는데, 오필리아는 막판에 포도를 먹는 엄청난 트롤짓을 해버리고 만다... 이 트롤짓 때문에 요정 두마리가 페일 맨한테 잡아먹혔다ㅠㅠ (페일 맨이 손에 눈알을 박고 따라오는 장면이 가관이다)

 

이 장면 볼 때 너무 답답해서 소리지르고 싶었다... 왜 먹는거야ㅠㅠ 먹지 말라면 먹지 말아야지...

 

 

다행히 오필리아는 가까스로 살아나왔지만, 판에게 엄청난 욕을 얻어먹고... 자신과의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다시는 지하세계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얘기를 듣게 된다.

 

여기까지가 '판의 미로'에서 '판타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 법한 부분이었고 뒷 이야기부터는 급격하게 정부군과 반군간의 전쟁으로 영화의 주제가 옮겨간다. 이에 따라 비달 대위의 비중이 높아지고, 연이어 반군과 얽힌 메르세데스의 비밀(?)이 밝혀진다. 아직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은 남은 내용을 영화에서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2. 판의 미로 속 '스페인 내전'


나는 처음에 '판의 미로'라는 영화가 마치 '해리포터'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처럼 단순한 판타지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판타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을 뿐, '스페인 내전'이 영화의 핵심이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944년으로, 스페인 내전이 끝나고 난 이후의 시점이다.

 

스페인 내전이란, 1936년부터 1939년까지 스페인에서 발생한 대규모 내전으로, 파시즘, 공산주의, 민주주의, 아나키즘, 군국주의, 반군국주의, 군주주의 등 당대 주류 이념들의 격전장이자 제2차 세계 대전의 예고편으로 평가된다.

 

스페인 내전 이전에는 스페인 제2공화국(La Segunda República Española)이 있었다. 제2공화국이란, 스페인 역사에서 1931년부터 1939년까지 존재했던 민주 공화정 체제로, 당시 스페인 헌법(1931년)을 제정하며 민주주의를 강화하려 하였다. 하지만 다양한 진보적 개혁을 추진하는 제2공화국은 좌파와 우파의 극심한 갈등으로 인해 정국이 불안정했다.

 

  • 좌파는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무정부주의자로 구성되었고, 급진적 개혁과 평등을 요구하며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하였다.
  • 우파는 보수주의자, 가톨릭교회, 지주 계급으로 구성되어 전통적 질서를 유지하려 했으며, 공화국의 세속화 정책에 강력히 반발하였다.

결국 1936년, 좌파 정권의 급진적 개혁과 정치적 혼란에 반발한 군부(프란시스코 프랑코 포함)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는 실패하였으나 이는 '스페인 내전'으로 이어졌다.

 

스페인 제2공화국 국기

 

 

 

스페인 내전에서 등장한 두 개의 주요 세력은 국민파공화파이다.

  • 국민파의 주요 이념은 보수주의, 군사주의, 권위주의, 파시즘이다.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을 중심으로 한 군사 엘리트로 구성되었으며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의 지지를 받았다. 
  • 반면 공화파의 주요 이념은 공화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자유주의, 무정부주의로, 노동자와 농민, 좌익 정치 세력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소련의 스탈린과 전 세계에서 모인 반파시스트 자원군이 공화파에 합류하였다.

 

스페인 내전

 

1944년의 스페인은 스페인 내전 종료 후 국민파가 권력을 잡고, 프랑코 독재 체제가 본격화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대충 위 글을 보면서 유추했겠지만, 영화 속의 비달 대위는 '국민파'에 해당되고, 산 속에 숨어지내는 반군들과 스파이 역할을 했던 메르세데스, 의사는 '공화파'에 해당된다.

 

 

비달 대위는 국민파 군대를 이끄는 주요 인물로, 권위주의와 폭력을 상징한다. 그는 프랑코 정권의 가혹한 억압 정책을 구현하는 존재로, 영화 내내 철저한 통제를 통해 질서를 유지하려 한다.

 

비달 대위의 시계

 

특히나 비달 대위는 아버지께 물려받은 시계에 다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또한 통제와 시간을 지배하려는 그의 욕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더불어 아버지가 계급이 꽤 높은 참전용사였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비달 대위가 계속해서 아버지께 집착했으며, 나아가 아버지를 뛰어넘고 싶어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 결국 아버지와 똑같이 시계를 깨뜨려 자신의 죽은 시간을 아들에게 알리고자 한 것을 보면 그 또한 아버지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아들에 대한 집착과 가부장적인 모습은 파시스트 가부장적 권위주의 인간상을 비달 대위 캐릭터에 옮긴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아들에 대한 집착은 영화의 여러 장면에서 드러나는데, 먼저 오필리아의 어머니를 아들 낳는 도구 취급했으며,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뱃속의 아이가 무조건 아들일 것이라고 예상하였고, 아들은 아버지가 있는 곳에서 태어나야 한다며 아픈 오필리아의 어머니를 굳이 정부군 숙소에 데려와 못 나가게 하였다.(사실상 오필리아 엄마는 비달대위가 죽인 것과 마찬가지다)

 

미로의 가장 안쪽에 들어왔을 때의 모습. 판과 요정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판의 미로(미궁)에서 '미로'는 스페인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정세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때 등장하는 '판'은 오필리아의 안내자로서 그녀에게 도덕적 선택과 희생적 가치를 가르친다. 

 

 

 

 

아이를 잡아먹는 끔찍한 괴물, 페일 맨 속에서도 역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페일 맨은 단순한 공포적 존재가 아니라, 역사적 억압과 폭력, 특히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를 상징하는 은유적 캐릭터이다.

 

페일 맨의 식탁 근처에 희생자 아이들의 신발이 식탁 근처에 쌓여있는데, 이때 신발의 모양과 색이 다양하지 않고 모두 똑같이 생긴 점도 의도된 연출이다.

 

영화 속에서 식탁 근처에 있던 신발 더미

 

구도와 형태를 미루어보았을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신발 더미와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신발 더미

 

다시 말해, 페일 맨은 나치의 탐욕과 폭압이 결합된 파시즘 그 자체를 상징하며, 하필 희생자가 '어린아이'인 이유는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현실에서 '어린 아이'들 조차 살아남을 수 없었음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이로써 페일 맨은 단순한 공포적 존재를 넘어, 이데올로기적 갈등과 전쟁이 만들어낸 인간성의 붕괴를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화 전체를 스페인 현대사에 빗대어 해석하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따르면 오필리아의 첫 번째 시험까지를 다 잘 될 것 같았던 제2공화국의 정부 수립 초기(실제로 오필리아는 첫 번째 시험을 혼자 힘으로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두 번째 시험까지를 실제로 까놓고 보니 이상적이진 않았던 제2공화국의 실상, 이후 세 번째 시험을 여러 시행착오와 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로 전해지는 제2공화국의 이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스페인 현대사에서  프랑코 정권의 종식(1975년 프랑코 사망 이후)과 이후 민주주의로의 전환(왕정 복고와 1978년 헌법 제정)이 이루어진 맥락에서, 오필리아의 남동생, 즉 비달 대위의 아들은 억압적인 과거를 딛고 일어난 새로운 세대를 상징한다. 비록 스페인이 프랑코주의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정치적 변화와 국민적 합의를 통해 민주주의 실현한 역사를 반영한 것이다.

 

오필리아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 동생을 구하고,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세계에 저항하였다. 이는 오필리아가 자신의 안위보다 더 큰 이상(정의, 사랑, 자유)을 선택했음을 의미하며, 과거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 체제의 억압적 본질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3. 환상 vs 진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판의 미로는 '스페인 내전'이라는 복잡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판타지' 소재와 결합하여 델 토로 감독만의 감각으로 독특하게 풀어낸 것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속의 다양한 '판타지 요소'를 두고, 모든 것이 오필리아의 '환상' 내지는 '망상'일 것이라는 의견과, 모든 것이 '진실'이라는 의견으로 갈린다. 다시 말해 '판'과 '만드레이크', '페일 맨'과 어디로든 문(?)을 만들어내는 분필이 모두 오필리아의 망상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먼저 망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비달 대위 눈에는 '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비달 대위가 '판'과 함께 있는 오필리아를 발견하는데, 이때 비달 대위의 시선에서 바라본 씬에서 '판'은 없고, 오필리아만 서있는 장면이 비춰진다. 즉 비달 대위 눈엔 '판'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영화나 동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요소인 '요정은 믿는 사람 눈에만 보인다'와 비슷한 이유로 요정이나 동화를 경멸하는 비달 대위의 눈엔 '판'이 안 보이는 것이 아닐까 라며 환상이라는 의견을 반박한다.

 

 

 

진실이라는 주장을 뒷받침 하는 근거에는 '만드레이크'가 있다.일단 비달대위와 어머니의 눈에도 '만드레이크'가 보였으므로, 만드레이크는 환상이 아닌 진짜이며, 만드레이크를 침대 밑에 놓은 시기와 어머니의 병이 나은 시점이 시기적으로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에 이것을 우연으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 쯤 오필리아가 비달 대위의 방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방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분필의 힘 없이 오필리아가 그들을 따돌리고(?) 방에 안전하게 들어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분필로 문 모양을 만들고 페일 맨의 방과 비달 대위의 방을 드나드는 오필리아의 모습.

 

 

 

4. 판과 페일 맨


마지막으로 '판'과 '페일 맨'의 캐릭터 디자인을 간단히 살펴보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특수 분장한 판의 모습

 

일단 딱 보면 알겠지만, 판과 페일 맨 모두 CG는 아니고 사람이 직접 특수 분장을 하고 촬영하였다. 

 

특수 분장한 페일 맨... 다리를 얇쌍하게 하려고 크로마키 색으로 다리를 칠했다. 기괴해ㅠㅠ

 

 

판의 미로는 델 토르 감독이 무려 20년 동안 노트에 적은 낙서들과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스토리라인이 굉장히 탄탄하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정말 살아숨쉬듯 잘 설계 되어있다. 더불어 아동영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프랑코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한 점도 이 영화가 돋보이는 이유라 생각한다. 아래는 델토르 감독의 아이디어 노트 일부를 발췌해 온 것이다.

 

오른쪽에 익숙한 만드레이크의 모습이 보인다.

 

왼쪽은 미로 입구 부분, 오른쪽은 페일 맨을 그렸다. 그림 실력이 상당한데?

 

보다 보니까 그림이 좀 섬뜩하다...

 

 


 

여기까지가 길자면 길고, 짧자면 짧은 판의 미로 해석이었다.

 

평점

별 ★★★★ (8/10)

 

 

영화를 보기 전엔 잘 몰랐는데, 이렇게 분석하면서 보니 왜 이동진이 별 5점을 줬는지 알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줄 알고 봤다면 더 재밌게 봤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해리포터 같은 영화를 기대하고 봤어서 첨엔 약간 잉?스러웠지만 흡입력 있고 몽환적이면서 공포감을 주는 연출이 굉장히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아역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역사적 배경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다시 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