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의 popcorn

가여운 것들(Poor Things) : 벨라 벡스터의 기묘한 여행(스포 O)

팝빙수 2024. 4. 22. 00:42

오늘은 영화 가여운 것들(Poor Things)를 리뷰해볼까 한다.

 

가여운 것들 포스터.

 

한국 기준 24.03.06에 개봉한 영화 <가여운 것들>은 개봉과 동시에 파격적인 수위와 엠마스톤의 말그대로 신들린 연기(?)로 인해 꽤나 말이 많았던 영화다.

 

이런 엠마스톤의 미친 연기력은 아카데미에서도 인정받아, 영화 <라라랜드> 이후 7년만에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신화를 써내려가게 되었다.

 

무려 8년만의 수상이다!! 라라랜드에서의 연기력도 정말 대단했다.

 

 

엠마스톤이 <가여운 것들>로 여우주연상을 받긴 했지만 동시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4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이었기에, 볼까말까 고민이 많았지만 그녀의 팬으로써 연기력이 너무 궁금하기도 했고, 마치 한편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과 같았다는 평이 많았어서... '아 이건 극장에서 봐야겠다'라는 생각에 극장에 가서 보게 되었다.

(궁금한 사람들은 유튜브에 '아카데미 인종 차별'을 검색해보기 바란다. 갠적으로 생각하기엔 제니퍼 로랜스랑 로다주(내 아이언맨 돌려내)가 더 무례했던것 같다...ㅠㅠ)

 

추가로, 무려 평식이 형님께서 평점 3.5점을 남겨주셨다..!

(비교를 위해 덧붙이자면 다크나이트, 라라랜드, 덩케르크 같은 영화들이 평점 3.5점이었다.)

 

그렇게 평점을 짜게 주기로 유명한 평식이 형님의 평점 3.5점이면 재미는 보장되어있단 소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가여운 것들',
도대체 어떤 영화인가?

 

 

영화의 감상평과 줄거리를 소개하기에 앞서, <가여운 것들>이 어떤 영화인지 가볍게 살펴보고 넘어가고자 한다.

 

 

<가여운 것들>은 원작 소설 <가여운 것들:Poor Things>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원작 소설의 작가는 '앨러스데어 그레이'라고 하는데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한다. 기존에 잘 알고 있던 작가는 아니라서 이정도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영화의 감독은 '요르고스 란티모스'로,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독특한 연출력으로 할리우드에서 떠오르는 감독이다. 아마 이번 작품 덕분에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지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엠마스톤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요르고스의 대표작으로는 <송곳니>, <더 랍스터>, <킬링디어>가 있다.

이전에도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라고 해서 엠마스톤과 작품을 찍었던 적이 있었다. 아마 이때 둘의 호흡이 굉장히 좋았었던 건지, 엠마스톤은 요르고스의 뮤즈가 되어 이후에도 <가여운 것들>, <지구를 지켜라!> 등 다섯편이나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뮤즈의 개념이 뭔지 어렵다면 우리나라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괴물,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 그리고 기생충까지...! 정말 수많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두사람이다.

 

 

나같은 경우엔 대부분의 영화가 제목을 들어보기만 했고, 그나마 볼 시도를 했던 영화는 <킬링디어>가 있었는데.... 예고편을 보고 헉했지만(ost와 영상미가 굉장히 감각적이다), 관람평이 너무 무시무시해서 차마 볼 용기를 내진 못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겠지만, 호불호가 아주 심한 영화기 때문에, 그닥 추천하진 않는다. (미드소마 같은 느낌의 영화를 좋아하면 보시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은 상업적인 것보다 실험적인?걸 추구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관객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근명하게 드러난다. 사실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 <가여운 것들>도 잔인한 장면만 줄었다 뿐 (대신 엄청 야하다) 자극적인 정도는 이전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가여운 것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 데에는 배우들의 공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라인업이 굉장히 화려한데,

 

우선 주인공 '벨라 벡스터'를 연기한 '엠마스톤'

 

혹시나 엠마스톤을 잘 모른다면 라라랜드, 크루엘라를 꼭 보고 오길 바란다.

 

 

추후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거의 남주?에 버금가는 '던컨 웨더번'을 연기한 '마크 러팔로'

 

누가 이 사람을 어벤져스의 헐크로 보겠는가....!!!

 

 

그리고 모든 사건이 발단, '고드윈 벡스터 박사'를 연기한 '윌렘 대포'

 

아마 우리나라에선 스파이더맨의 '그린고블린'역으로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세 명 모두 영화 이곳저곳에서 정말 많이 본 대배우들이지만, 내가 알던 그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들 미친 수준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이건 뭐 누가누가 연기 잘하나 배틀하는 느낌이랄까.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와 진짜 저 배우들은 연기가 좋아서 하는 배우구나....' 싶었다.

파격적인 노출씬도 그렇지만 내용 자체가 주인공들이 굉장히 망가지고 어딘가 정신이 반쯤 나간듯한 배역들이기 때문에 도전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혹여나 내가 배우가 된다면 저런 자세를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가여운 것들 줄거리

 

아래 내용부터는 스포가 있을 예정이니, 관람 예정이시거나 스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돌아가 주시길 바란다. 중요한 내용들만 간추려 설명하였으나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다.

(근데 이 영화는 스포를 어느정도 당하고 보는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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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벨라 벡스터는 겉보기엔 어엿한 성인 여성이지만, 사실 태아의 뇌를 갖고 있어 생각과 행동이 모두 갓난 아이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천재 의사(과학자) 갓윈 백스터는 뱃속에 임신을 한 채 자살(물속에 투신)한 여성의 시체를 발견하였고, 뱃속의 태아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태아의 뇌와 엄마의 몸을 합치는 기이한 실험을 진행한다.

 

당시에는 자살이 엄청난 중죄로 여겨졌기 때문에, 엄마를 살려서 그녀가 남은 여생을 감옥, 정신병원에 갇혀 불행히 살게 하느니 아무것도 모르는 뱃속의 태아를 살리겠다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로 수술(실험)을 진행한다.

 

여자 프랑켄슈타인이라 이해하면 쉬울듯.

 

실험은 성공적이었고, 이렇게 성인 여성의 몸과 태아의 뇌가 합쳐진 기괴한 생명체, '벨라 벡스터'가 탄생한다. 

 

 

벨라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기 전에 '고드윈 박사'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서술하자면,그는 인간외에도 다양한 생물들을 대상으로 실험하기 때문에 그의 집안 곳곳에는 벨라 벡스터와 같은 기괴한 실험체들이 돌아다닌다. 그 중에는 되려 실패작도, 성공작도 있다.

 

자세히 보면 개의 머리에 새의 몸, 오리의 머리에 염소의 몸이 합쳐져 있다. 머리+몸 합치는 수술 전문가인듯..

 

 

벨라가 인간이라 해서 크게 특별할 건 없었다. 그녀는 박사의 수많은 실험체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적어도 영화 초반부엔 그렇다) 그래서인지 벨라는 고드윈 박사를 '아빠', 혹은 '박사'가 아닌 'God'이라 불렀다.

그녀 또한 다른 수많은 실험체들과 함께 바깥 세상과의 어떠한 교류도 없이 고드윈 박사가 만든 완벽한 공간인 '그의 집'에서만 갇혀 생활했다.

 

 

하지만 그녀는 하루하루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일반인보다 정신성장속도가 훨씬 빠르다)

그녀가 약 5살 정도의 어린아이 수준으로 단어를 구사하게 되었을 무렵, 그녀 인생의 터닝포인트의 시발점이 되어준 첫번째 남자 '맥스 맥캔들리스'가 나타난다.

 

 

맥스는 고드윈 박사의 제자(똑같이 의사)로, 박사를 도와 벨라를 관찰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는 그녀의 곁에 거의 24시간동안 머물며 그녀를 관찰하고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기록하는데, 예를 들면 '하루에 땅콩을 몇개 먹었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까지 기록한다.

 

그녀가 비록 어딘가 모자란 부분은 있지만, 24시간동안 붙어다니며 관찰한 탓이었을까. 맥스는 자연스럽게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참고로 이 세계관에서 벨라는 엄청난 미녀다. 물론 실제로도 엠마스톤은 예쁘지만 )

 

 

 

고드윈 박사는 맥스에게 벨라와 결혼하길 요청하고, 대신 벨라를 자신의 세계(박사의 집)에 영영 가둬놓기 위해 결혼 조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라고 한다.

계약서의 내용은 대충 벨라의 모든 자유를 억압하는 내용이었다.

 

 

이때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두번째 남자, '던컨 웨더번'이 등장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던컨 덕분에 벨라의 인생이 크게 바뀌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음흉한 눈빛을 내내 어떻게 연기한건지....

 

 

벨라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한 던컨은 계약서의 내용을 보고, 이렇게 자유를 억압받으며 살 바에 나와 함께 더 넓은 세계를 탐험하자고 그녀에게 제안한다.

마침 벨라는 한참 자아를 성찰해 나가던 시기였고, 자신을 가둬놓기만 하는 답답한 집안에 화가 많이 나있는 상태였기에 반대하는 고드윈 박사와 맥스를 뒤로 한채 던컨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벨라와 맥스는 여러 나라를 옮겨가며 여행을 다닌다. 여행을 다닐수록 벨라는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하게 된다.

 

여행을 다니는 벨라의 모습

 

 

벨라와 맥스의 첫 여행지는 '리스본'이었다. 여행을 처음 떠나기 시작했을 무렵, 벨라는 자신의 본능에만 충실한 상태였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개념도 뚜렷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것은 즉시 해결해야만 했다. 성욕, 식욕 등 기본적인 욕구들을 바로 해결하는 것은 벨라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맥스는 벨라의 이러한 욕구들을 해소해주고자 노력하였다.

 

 

리스본에서 장소는 '배 위'로 옮겨가게 된다. 그녀는 특히 '배 위'에서 정신적으로 눈에 띌 정도의 성장이 이루어졌다. 배 위에서 만난 책 읽는 부인과 냉소주의자 흑인 남성은 그녀가 인간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개념들을 익히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부인과 함께 책을 읽으며 벨라는 지성을 빠르게 쌓았다. 하지만 이 세상이 좋은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 벨라가 괘씸했는지, 냉소주의자 흑인 남성은 현실을 보여주겠다며 그녀를 '이집트'로 데려간다.

 

 

이집트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이 죄없이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들을 방관할 뿐, 아무도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지 않았다. 벨라는 이런 현실을 보며 인간의 잔혹함에 소름끼쳐했고, 자신이라도 그들을 도와야겠다 생각하며 맥스의 전재산을 쓸어담아 선원에게 어린아이들을 돕는데 써달라 부탁하며 전달한다.

 

 

당연히 그 돈은 어린아이들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맥스는 이 모든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크게 분노한다. 결국 벨라와 맥스는 빈털터리가 된 채로 배에서 쫓겨나 '파리'에 도착한다. 그들은 당장 돈이 필요했고, 빠르게 돈을 벌기 위해 벨라가 선택한 방법은 매춘이었다.(물론 맥스의 허락 없이 벨라가 독단적으로 버린 일이었다) 벨라가 가져다 주는 돈이 매춘을 통해 번 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맥스는 크게 분노하며 벨라의 곁을 떠났다.

 

 

벨라는 파리에서 계속되는 매춘 생활을 통해 어느정도 먹고 살 만큼의 돈을 벌게 되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매춘 생활 뿐만 아니라 동료와 함께 '사회주의'를 배우며 자신의 정신적 가치관을 확립해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벡스터가 얼마 살날이 남지 않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급하게 집으로 돌아간다.

 

파리에서 매춘생활을 하던 중 사회주의를 배우러 가는 벨라.

 

 

이후에도 계속해서 파격적인 내용들이 이어지니, 뒷이야기는 영화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가여운 것들> 관람 포인트

 

#1.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

위에서 이미 입이 마르고 닳도록 설명했지만, 정말 배우들의 연기 수준은 훌륭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엠마 스톤이 모든 상을 휩쓴건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엠마 스톤 나이 또래의 할리우드 여성 배우 중에 이토록 심오하고 난해한 역할을 소화할 배우가 과연 누가 있을까? 대체 불가능한 배우라는 게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조커(2019)>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때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를 보면서 소름끼쳤던 감정을 몇년만에 다시 느끼는 듯 했다.

 

엠마 스톤의 연기가 워낙 감명깊었을 뿐,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훌륭했다. 마크 러팔로 배우분의 연기 또한 정말 인상깊었다. 그 둘의 미친 연기력을 확인해보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보길 바란다. 기괴한 음악과 춤이 잘 맞아 떨어진다. (예전에 웬즈데이 무도회 춤을 보는 느낌이랄까)

 

 

 

 

#2. 마치 한 폭의 명화를 보는 것처럼

영화를 보면서 계속 느꼈던 감정이 있으니, '기괴하지만 아름답다' 였다. 예술성이 짙은 영화였고, 여기엔 감독의 뒤틀린 연출력도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우선 영화의 모든 장면들이 참으로 일반적이지 않다. 하늘의 색만 봐도 마치 붓으로 그린 듯하다. 즉 영화의 모든 장면들이 현실속에는 없을 법한 색감들로 그린 듯한 느낌을 준다.

 

현실에서 이런 색의 하늘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불어 이 영화는 벨라의 이동 장소에 맞추어 챕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마치 벨라를 주인공으로 한 '명화'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흑백의 몽환적인 영상이 짧게 나온다. 이런 영상 역시 본 영화의 예술성에 깊이를 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기묘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이 영화에 찰떡이다.

 

 

 

#3. 벨라의 성장 이야기

위에서 줄거리를 설명할 때 계속해서 '벨라의 성장'을 언급했듯이, 이 영화의 핵심은 '벨라의 성장'이다.감독은 간접적으로 벨라의 성장을 보여주고자 계속해서 노력했는데, 내가 느낀 몇 가지 포인트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1) 카메라 왜곡

초반에 벨라가 집에 있을 때와 리스본에 여행을 갔을 때 사용되는 프레임은 어안 렌즈와 광각 렌즈를 통해 촬영되었다. 그래서인지 약간의 멀미와 보는 이에게 불쾌함을 유발할 정도로 화면이 많이 왜곡되어 있다.또한 벨라가 탄생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즉 집에 있을 적에는 계속해서 흑백 프레임을 사용한다. 벨라가 아직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이정도로 좁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흑백 프레임을 사용한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해본다.

 

영화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촬영 기법이다. 화면이 아주 왜곡되어 보인다.

 

 

2) 벨라의 걸음걸이

영화를 이미 본 사람들이라면 느꼈겠지만, 초반부 벨라의 걸음걸이는 아주 기괴하고 이상하다. 마치 갓 태어난 어린아이처럼 걷지만, 성인의 몸으로 갓난아이처럼 걸어서 그런지 그 모습이 기괴하면서도 벨라의 정신연령을 아주 잘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벨라의 걸음걸이를 보면 우리가 흔히 보는 사람들처럼 정상적으로 잘 걷는 벨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걸음걸이와 더불어 벨라가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하였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3) 벨라의 옷차림

더불어 벨라의 옷 역시 그녀의 정신 상태를 대변한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많다. 초반의 벨라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으로 예측되는 빅토리아 시대(19세기 초반 ~ 20세기 초반)에도 잘 입지 않았을 법한 과장된 장식의 옷을 계속해서 착용한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이를수록 벨라의 복장은 색도 단조로워지고, 과한 레이스 장식도 점차 줄어든다. 장식이 줄고 옷이 단조로워진다는 것은 그녀의 걸음걸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벨라가 정신적 성장을 이룸과 동시에 사회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사회화'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영화 초반부 옷은 어깨 장식이 아주 화려하다.

 

 

또한 내가 느끼기엔 영화 후반부 벨라의 복장들이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이 입었을 복장보다 색이 단조롭고 밋밋해보였는데, 아마도 순종적이며 아름다움을 중시했던 당시의 여성상과 부합하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 보다 자유롭고 거동이 편해보이는 옷을 입지 않았을까 싶었다. (빅토리아 시대 옷이 궁금하다면 로판 웹툰 여주들 옷차림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마지막 장면 벨라의 옷차림. 지금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장식이 전혀 없다.

 

 

 

 

 

그래서 영화가 뭘 얘기하고 싶은건데?

 

나는 친구랑 둘이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고 왔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친구가 첫번째로 하는 말이 '그래서 이 영화는 뭘 말하고 싶은거야?'였다. 나도 비슷한 생각에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후기랑 해석 영상을 이것저것 찾아봤던 것 같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굉장히 강한 영화지만, 요르고스 감독의 특성답게 전달하는 방식이 꽤나 자극적이기 때문에 영화 스토리에 휩쓸려가면서 봤다간 '와 내가 150분동안 뭘본거지?' 하고 나올 수 있다.

 

 

영화가 주요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성의 주체성' 이다. 흔히 말하는 '페미니즘' 사상이 짙게 드러나는 영화다. (우리나라의 왜곡된 페미니즘과 혼돈해서 생각하지 말자)

그녀가 마지막에 '의사'라는 직업을 택한 것도 당시 시대상에 맞춰 생각해보면 파격적인 행보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이팅게일이 활동하던 시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녀 또한 의사가 아닌 간호사였다.)

 

 

이전에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들이 꽤 있었는데, 최근 개봉한 영화중에는 <바비>가 있다.

 

영화 <바비> 포스터

 

 

약간?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과도 비슷한 맥락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포스터

 

 

밑에는 영화를 보면서 내가 불편하게 느끼거나, 의문이 생겼던 부분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영화를 보고 비슷한 의문이 생겼다면 의견을 공유해보는 것도 좋겠다.

 

 

파리에서 벨라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위에서 설명했듯이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상태였던 '벨라 벡스터'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확립하게 되고, 이 과정 사이에서 수많은 남자들과 사랑을 나누고, 동시에 의견이 충돌하며 대립하게 된다.

 

아마 위 줄거리를 읽거나 영화를 실제로 봤다면 '이게 뭐지?' 싶었을 장면은 파리에서의 매춘 장면이었을 것이다. 파리 이전까지는 야한 장면들이 꽤 있긴 했지만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파리에서 그녀의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그렇다면 파리에서 그녀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그녀는 왜 굳이 매춘을 통해 돈을 벌었던 것일까? 그녀는 처음에는 '매춘'이라는 행위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더럽힌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뿐했지만, 사실 알았다 한들 크게 개의치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 철저히 이용했을 것이다. 파리에서의 일은 그녀가 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되었지만, 굳이 '매춘'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해 스토리를 풀어내야했을까? 라는 의문은 생긴다.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라 오래 기억에 남긴 하지만, 오히려 그녀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여성의 정체성'이라는 이 영화의 핵심 주제제를 풀어내는데 부정적으로 기여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왜 그녀는 마지막에 맥스를 선택했는가?

 

그녀는 파리에서 생활하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한다. 사회주의를 공부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부로 보여진다. 마지막에 '맥스'와 결혼하게 되는 것도, 맥스만이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기다려준 남자이기 때문이다. 벨라가 만났던 흑인 남자는 냉소주의자로 벨라가 이집트에서 느끼는 연민의 감정을 이해해주지 못했다. 또한 던컨은 벨라가 책을 읽을 때 '여자가 무슨 책이냐' 라는 반응을 보이며 책을 배 밖으로 던져 버리기도 했다. 줄거리에서 차마 언급하지 못했던 원래 몸의 남편(오브리)은 아주 잔혹한 성향을 가졌으며 벨라가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을 보이자 죽여버리려고 했으니...

 

하지만 여기서 벨라의 수많은 남자들(?) 중에서 맥스를 선택한것도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다. 작품 속에서 '여성'을 주체성이 강한 인물로 그리고 싶었으면서 왜 정작 벨라가 선택한 남자는 굉장히 순종적이고 벨라에게만 헌신하는 인물로밖에 그릴 수 없었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물론 벨라의 수많은 다른 남자들(던컨, 오브리)이 쓰레기였던 것도 맞지만, 이것만이 맥스를 선택한 이유로 정당화하긴 어렵다. 맥스를 좀 더 주체성이 강하고,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이 뚜렷하며 벨라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는 멋진 남자로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갓윈 벡스터는 벨라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벡스터 박사와 벨라는 아빠와 딸의 관계라고 보기엔 다소 어려워보였고, 그렇다고 당연히 연인 관계는 아니었다. 애초에 벡스터 박사는 아빠의 어릴적 잘못된 실험으로 인해 성적인 감정을 아예 느낄 수 없었다.

 

아빠와 딸보단 창조주와 피조물 관계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마 벡스터 박사의 이름에 'God'이 들어가는 것도 그들의 창조물에게 벡스터 박사가 신적인 존재처럼 느껴져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벨라는 다른 피조물들과는 다르게 특별했고, 그래서인지 벡스터 박사도 벨라만큼은 피조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자 노력하는게 후반부로 갈수록 눈에 띄게 보였다.

 

하지만 벡스터 박사가 죽으면서 더 이상의 피조물/창조주의 관계가 완전히 사라지고, 비로소 벨라의 정체성이 완성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초반엔 창조주, 피조물 관계였지만 후반부 벡스터가 죽을때만큼은 아빠, 딸의 관계에 가깝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볼 당시에는 훨씬 많은 생각들이 들었던 것 같은데, 다 끝나고 작성하려니 실제로 했던 생각의 반밖에 담지 못한 것 같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n회차를 하기엔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찝찝함이 큰 작품이라, 시간이 좀 지난 뒤 잊을 때쯤 다시 보면 좋을 것 같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며, 혹시나 싶어 강조하지만 부모님, 연인과 보는 것은 아주 반대한다. 꼭 혼자 보거나, 친구랑 같이 보길 바란다. (서로에게 아주 민망한 추억이 될 수 있다ㅠㅠ)

 

이상으로 <가여운 것들> 포스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