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조래빗 후기(스포 O)
2023년을 마무리 하며...
오랜만에 영화 포스트를 적어보려고 한다.
한동안 디즈니 플러스에만 풀려있어서 계속 못보고 있었는데, 최근 쿠팡 플레이에도 업로드 된 걸 보고 바로 시청했다!
가족들과 연말에 함께 보기 좋은 영화, <조조래빗>에 관한 포스트를 짧막하게 적고자 한다.
<조조래빗 (2019)>
영화 <조조래빗>은 2020년(우리나라 기준)에 개봉한 제2차 세계 대전 배경의 영화이다.
우리에겐 <토르:라그라노크>로 유명한 타이카 와이키키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기존의 제2차 세계대전 배경 영화들과는 다르게 전쟁을 조금은 유쾌하게 풀어낸 것이 특징으로, '갇힌 하늘'이라는 크리스틴 뢰넨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으니, 스포를 원치 않는 사람들은 돌아가길 바란다.
영화 조조래빗 등장인물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하기에 앞서, 주요 등장인물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조조 Jojo -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주인공 조조, 10살 남짓 되는 독일인 소년으로, 나치즘에 깊이 빠져있으며 히틀러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다. 아빠를 전쟁으로 잃고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상태이다.
아직 어린아이같은 면모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히틀러 유겐트 캠프(히틀러 청소년단)에 참가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로지 Rosie - 스칼렛 요한슨
주인공 조조의 엄마.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남편 없이도 홀로 조조를 씩씩하게 잘 키우는 아주 강하고 훌륭한 어머니로 묘사된다.
조조와의 사이가 굉장히 좋은데, 자신이 반나치적 성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치즘에 깊이 빠진 자신의 아들 조조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추후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집에 유대인 '엘사'를 자신의 집 다락방에 독일군의 눈을 피해 몰래 숨겨주고 있다.
엘사 Elsa - 토마신 맥켄지
위에서 언급했듯이 조조의 집 다락방에 숨어살고 있는 유대인 소녀.
극중 죽었다고 묘사되는 조조의 누나, 잉거의 친구였다고 한다. 수용소에 끌려가던 도중 몰래 빠져나와 로지(조조의 엄마)의 도움을 받아 다락방에서 지내고 있다.
예술, 문학 등에 인문학적 지식이 해박하며, 추후 설명하겠지만, 위기 대처능력도 엄청 뛰어나다.
굉장히 똑똑하고 영리한 인물이다.
아돌프 Adolf - 타이카 와이티티
조조의 상상 친구.
오로지 조조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인 만큼 실제 행동이나 말이 히틀러처럼 과격하거나 무섭지 않고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인다.
조조가 갖고 있는 나치 사상을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인물.
클렌첸도르프 대위 Captain Klenzendorf - 샘 록웰
히틀러 유겐트의 훈련 교관으로, 조조가 잠시 캠프에서 훈련을 받을 동안 조조를 지도해주었던 교관이다.
이전에는 전선에서 활약한 장교였지만, 전쟁 중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고 현재는 훈련 교관으로 일하고 있다.
훈련 교관이라 굉장히 엄격하고 진중한 성격일 것 같지만, 실제론 상당히 유쾌하며 의외로 따뜻한 성격을 갖고 있다.
요키 Yorki - 아치 예이츠
극중 조조의 유일한 친구이다.
조조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소년으로, 조조와 함께 히틀러 유겐트 캠프에 참가했다.
조조가 히틀러 유겐트 캠프에 적응하지 못하고 모두에게 놀림받을 때도 항상 조조의 편이 되어주는 조조의 절친이다.
영화 조조래빗 줄거리
위에 등장인물 소개에서 언급했듯이, 주인공 조조가 히틀러 유겐트 캠프에 참여하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조조는 자신의 절친 유키와 함께 히틀러 유겐트 캠프에 참가한다.
나치즘에 깊이 빠지고, 히틀러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조조는 자신도 나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며, 멋있는 군인이 될 걸 기대하며 캠프에 참가한다.
하지만 캠프 첫날부터 조조는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단원들이 살아있는 토끼를 조조에게 쥐어주며 죽이라고 압박하지만, 조조는 토끼를 죽이지 못하고 풀어준다. (결국 단원들 손에 다시 잡혀 토끼는 죽었다)
이 일을 계기로 조조는 단원들 사이에서 '조조 래빗'이라 불리며 놀림받게 된다.
하지만 조조는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고, 결국 의욕이 앞서 상상속 히틀러와 함께 훈련 교관의 손에 든 수류탄을 훔쳐(?) 던지는 엄청난 사고를 치고 만다. (수류탄이 나무에 맞고 튕겨 조조 앞에 떨어져 폭발하는 사고가 났다..)
이 일을 계기로 조조는 얼굴에 엄청난 상처를 입은 채 전쟁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더이상의 군사훈련을 캠프에서 친구들과 함께 진행하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되었으며 가끔 훈련교관이 시키는 잡일을 도맡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던 조조는 어느날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을 수상하게 여겨 다락방 문을 열었고, 거기서 유대인 소녀 '엘사'를 만나게 된다.
엘사와 조조는 처음에 서로를 경계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등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지만, 점차 남매처럼 지내게 되며 사이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조조와 엄마가 사이좋게 잘 지내는 모습도 중간중간 비춰진다. 조조와 엄마는 자전거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집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전쟁중임에도 불구하고 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아직 10살 꼬맹이다 보니, 조조는 스스로 신발끈을 잘 묶지 못하는데 이럴때마다 엄마가 조조의 신발끈을 묶어준다.
그러던 도중 조조의 집에 게슈타포가 수색을 위해 갑작스럽게 들이닥치게 된다.(게슈타포란 나치 독일의 가장 악명 높은 정치경찰이다)
여기서 엘사가 엄청난 임기응변으로 자신이 조조의 누나 '잉거'라고 말하며 어찌저찌 위기를 잘 넘어가게 된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조조의 훈련교관 클렌첸도르프 대위가 눈을 감아줘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훈련교관이 엘사에게 잉거의 생일을 물었을 때, 틀리게 대답했음에도 불구하고 눈감고 넘어가 준 것이다.
이후 영화의 전개는 아주 빠르게 이루어진다. 또한 영화의 분위기도 매우 어두워진다.
조조는 자신의 엄마 로지가 반나치 행위로 인해 공개 교수형을 당한 사실을 목격한다.
여기서 조조가 엄마의 구두끈을 묶어주려고 하지만, 제대로 묶지 못한채 엄마 다리를 잡고 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명장면으로 꼽힌다.
엄마가 죽고 얼마 안돼서 전쟁은 미군의 승리로 끝이 난다. 조조도 막판에 미군의 손에 붙잡혀 죽을 뻔 하지만, 훈련교관이 미군 앞에서 이 아이는 유대인이라며 거짓말하는 덕에 겨우 살아남게 된다.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엘사는 조조의 다락방에서 나와 자유를 만끽한다.
가족을 잃고 혼자 남겨진 조조와 엘사가 앞으로 함께 가족처럼 지낼 것을 암시하고, 함께 집 앞에서 춤을 추며 영화는 마무리 된다.
실제 영화의 내용을 압축하다보니 상당 부분이 생략되었다. 더 자세한 줄거리가 궁금한 사람들은 영화를 직접 보길 바란다.
영화 조조래빗 후기
조조래빗 영화를 보면서 충격받았던 점은
'어떻게 이 무거울 수 있는 전쟁이란 주제를 감동적이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는가' 였다.
조조래빗의 감독은 영화에서 '아돌프' 역을 맡은 배우겸 감독 '타이키 와이티티'로, 우리한텐 <토르:라그라노크> 영화의 감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마블 영화 중 토르 시리즈를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토르 3(라그라노크)는 진짜 재밌게 봤다. 각본도 각본이지만, 토르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를 정말 잘 연출해서 인상깊게 봤다. 이번 조조래빗에서도 토르 3에서 엿볼 수 있었던 감독의 유쾌한 포인트들이 잘 드러난 것 같다.
조조래빗 영화가 다른 전쟁영화들과는 다르게 조금은 가볍고, 조금은 유쾌하게 흘러갈 수 있었던 이유는 전쟁을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예로 '안네의 일기'가 아직까지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도, 유대인 소녀의 입장에서 바라본 전쟁의 모습이 솔직담백하게 글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조조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만큼, 카메라의 각도와 시선 또한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구도로 구성되어 있거나, 어린아이의 눈높이 수준에서 비춰지는 씬이 많다.
또한 극중 아돌프를 조조의 상상친구로 내세워 당시 어린아이들이 생각했을 법한 나치즘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난 아돌프를 보면서 '아... 당시에 수많은 어린 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무분별하게 나치즘을 받아들였겠구나.'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제대로된 가치관이 잡히기도 전에 '유대인은 나쁘다.', '유대인은 더럽다' 등 그들의 사상에 잡아먹히는 것이다.
내가 영화에서 주목해서 봤던 장면 중 하나는 조조의 엄마 로지와 조조가 함께 자전거 산책도 다니고, 집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등 과연 전쟁중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다가 얼마 안돼 갑자기 로지의 엄마가 교수형에 처하는 장면이었다.
여자, 노인, 어린아이에 관계없이 전쟁중에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죽음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 전쟁을 더욱 끔찍하게 비추는 듯 했다.
엄마 로지는 극중에서 '전쟁은 무의미하고 멍청한 짓'이라고 표현한다. 이 말에 정말 공감을 한 것이, 전쟁의 결과로 승전국과 패전국은 분명 결정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전쟁이 정말 멍청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패의 여부와 관계없이 전쟁에 관계된 모든 국민들은 위험에 노출되며, 그중엔 '조조'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중간에 조조가 자신의 절친 요키가 군복을 입고 총에 찬 모습을 바라보며 '너도 군인이 된거니?'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10살 소년이 군복을 입고, 등에 총을 찬 모습을 보니 어린 소년들도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야한다는 사실이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지 보여주는 듯 했다.
또 하나 주목해서 볼 장면은 전쟁을 통한 조조의 성장이다. 난 조조의 정신적 성장을 주인공이 '신발끈'에 빗대어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초반 부분엔 조조는 본인의 신발끈도 제대로 묶지 못했으며, 교수형에 처한 자신의 어머니 신발을 보고서도 신발끈을 제대로 묶지 못하는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부모님을 잃고, 엘사가 경찰들에게 잡혀갈 위기를 넘기는 등, 여러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조조는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마치 이런 조조의 성장을 대변하듯,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조조가 엘사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조조는 정신적 성장과 함께 자신이 굳게 옳다고 믿고 있었던 히틀러와 나치즘의 사상이 잘못될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마지막에 상상친구 아돌프를 창문밖으로 차버리는 장면은 조조가 나치즘을 버리고 자신만의 가치관이 생기는 과정으로 보였다. 또한 중간중간 조조가 나치즘과 히틀러를 생각하는 방향성에 따라 아돌프의 옷과 차림새가 바뀌는 것도 굉장히 디테일에 신경쓴 것 같아 좋았다.
또한 조조의 엄마 로지를 통해 모든 독일인들이 나치즘 사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님을 보여준 듯 했다. 로지는 반나치즘 사상을 갖는 극중 유일한 인물로, 선전물을 돌리거나 유대인 엘사를 집에서 숨겨주는 등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생각했을때 엄청난 용기 없이는 실천하기 어려웠을 행동들을 보여주었다. 실제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로지처럼 용기를 갖고 자신의 가치관대로 행동한 독일인들 또한 많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극중에서 '춤'은 '자유'와 '평화'를 상징한다. 전쟁중에도 로지와 조조는 함께 춤을 종종 췄으며, 마지막에 전쟁이 끝난 뒤에도 조조와 엘사가 자유의 춤을 만끽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쟁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춤을 추는 로지의 모습을 통해 로지가 얼마나 평화와 자유를 꿈꿨는지를 엿볼 수 있다.
나는 역사를 잘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홀로코스트나 제2차 세계대전의 간략한 배경 정도만 아는 정도에서 본 영화를 감상하였다. 물론 역사적 배경지식이 풍부하다면 더욱 깊게 생각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었겠지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저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이해하기 쉽고, 경쾌하게 제2차 세계대전의 모습을 그려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전쟁의 아픔을 기억해야할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특별히 무섭고 잔인한 장면이 싫어 전쟁영화를 잘 안보는 사람들에게, 영화 <조조래빗>을 추천한다.